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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반응형문명의 역사 고대 터키 문명: 잊혀진 제국들의 흥망성쇠
터키는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이자, 수많은 고대 문명이 탄생하고 사라진 역사의 보고입니다. 흔히 터키를 떠올릴 때 오스만 제국이나 튀르크 민족을 연상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고대 제국들의 이야기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에게 해 연안에서부터 아나톨리아 고원,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이르기까지 터키 땅에 새겨진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1. 히타이트 제국: 아나톨리아의 패권을 장악하다
기원전 17세기경, 아나톨리아 중부 하투샤(Hattusha, 오늘날의 보아즈쾨이)를 중심으로 강력한 제국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히타이트(Hittite)입니다. 히타이트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를 사용했으며, 철제 무기와 전차를 활용한 뛰어난 군사력으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고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히타이트 제국의 전성기는 기원전 14세기경으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력한 국력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기원전 1274년에는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와 카데시 전투를 벌였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평화 조약으로 기록된 카데시 조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조약은 히타이트와 이집트가 서로의 영토를 인정하고 군사적 동맹을 맺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히타이트는 법치주의를 중시했으며, '하투실리 법전'이라는 성문법을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다신교를 믿었으며, 천둥과 번개의 신 테슈브(Teshub)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을 숭배했습니다. 히타이트의 유적은 오늘날 터키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하투샤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2. 프리기아 왕국: 미다스 왕의 전설을 간직하다
기원전 12세기경, 히타이트 제국이 멸망한 후 아나톨리아 중서부에는 프리기아(Phrygia) 왕국이 등장했습니다. 프리기아는 오늘날 터키의 수도 앙카라 인근에 위치한 고르디온(Gordion)을 중심으로 번성했습니다.
프리기아는 특히 '미다스 왕'의 전설로 유명합니다. 미다스 왕은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얻었지만, 결국 그 능력 때문에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 전설은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경고하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프리기아는 뛰어난 금속 세공 기술과 직조 기술을 보유했으며, 독특한 기하학적 무늬의 프리기아 모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한, 프리기아는 자연의 여신 키벨레(Cybele)를 숭배했으며, 키벨레 숭배 의식은 종종 광란적인 춤과 음악을 동반했습니다.
3. 리디아 왕국: 세계 최초의 주화를 사용하다
기원전 7세기경, 아나톨리아 서부에는 리디아(Lydia) 왕국이 등장했습니다. 리디아는 사르디스(Sardis)를 수도로 삼고, 에게 해 연안의 그리스 도시들과 교역하며 번영을 누렸습니다.
리디아는 세계 최초로 주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Croesus)는 금과 은의 합금인 엘렉트럼(electrum)으로 만든 주화를 발행하여 상업 활동을 촉진했습니다. 크로이소스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여 '크로이소스의 부'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리디아의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원전 546년,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제가 리디아를 침공하여 크로이소스를 사로잡고 리디아를 멸망시켰습니다.
4. 우라르투 왕국: 험준한 산악 지대를 지배하다
기원전 9세기경, 아나톨리아 동부 반(Van) 호수 주변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는 우라르투(Urartu) 왕국이 등장했습니다. 우라르투는 투쉬파(Tushpa, 오늘날의 반)를 수도로 삼고, 주변 지역을 통제했습니다.
우라르투는 뛰어난 건축 기술과 관개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그들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 요새와 성채를 건설하고, 정교한 관개 시설을 통해 농업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또한, 우라르투는 청동기와 철기를 생산하고, 주변 국가들과 교역했습니다.
우라르투는 아시리아와 끊임없이 경쟁했으며, 때로는 아시리아를 격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원전 7세기경, 아시리아의 공격으로 우라르투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결국 기원전 6세기경에 멸망했습니다.
5. 이오니아 도시국가: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열다
기원전 11세기경부터 그리스 본토에서 이주해 온 그리스인들은 에게 해 연안에 여러 도시국가를 건설했습니다. 이들을 이오니아(Ionia) 도시국가라고 부릅니다. 밀레투스(Miletus), 에페소스(Ephesus), 스미르나(Smyrna, 오늘날의 이즈미르) 등이 대표적인 이오니아 도시국가입니다.
이오니아 도시국가들은 해상 무역을 통해 번영을 누렸으며,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철학자 탈레스(Thales),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 등 수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이 이오니아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오니아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499년, 이오니아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진압되었습니다.
6. 헬레니즘 시대: 동서양 문화의 융합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면서 터키 지역은 헬레니즘 시대(Hellenistic period)를 맞이하게 됩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그의 제국은 여러 왕국으로 분열되었고, 터키 지역에는 셀레우코스 왕조, 페르가몬 왕국, 폰토스 왕국 등이 세워졌습니다.
헬레니즘 시대는 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 시기입니다. 그리스어와 그리스 문화가 널리 퍼졌으며, 동서양의 종교, 철학,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7. 로마 제국 시대: 평화와 번영의 시대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이 터키 지역을 정복하면서 터키는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로마 제국 시대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불리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였습니다. 로마의 도로망과 관개 시설이 건설되고, 도시들이 발전하면서 터키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번영을 누렸습니다.
에페소스, 안티오키아(Antioch, 오늘날의 안타키아), 니케아(Nicaea, 오늘날의 이즈니크) 등은 로마 제국 시대의 대표적인 도시들입니다. 특히, 에페소스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셀수스 도서관 등 웅장한 건축물로 유명했습니다.
8. 비잔티움 제국: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
395년,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되면서 터키 지역은 동로마 제국, 즉 비잔티움 제국(Byzantine Empire)의 영토가 됩니다. 비잔티움 제국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 오늘날의 이스탄불)을 수도로 삼고, 기독교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비잔티움 제국은 1000년 이상 존속하면서 동서양 문명의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성 소피아 대성당(Hagia Sophia)은 비잔티움 건축의 걸작으로, 웅장한 돔과 화려한 모자이크로 유명합니다.고대 터키 문명은 인류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히타이트의 철기 기술, 리디아의 주화, 이오니아의 철학과 과학, 헬레니즘 문화의 융합, 비잔티움의 기독교 예술 등은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터키 땅에 흩어져 있는 고대 유적들은 과거의 영광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하투샤의 성벽, 에페소스의 극장, 성 소피아 대성당의 돔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고대 터키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잊혀진 제국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인류 역사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반응형